길을 잃었던 소년, 다시 걸음을 내딛다 따뜻한 한 잔의 커피, 세상과 연결된 한 소년의 이야기
가족을 잃고, 희망도 놓아버린 아이
윤호(가명)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퇴근길이던 어머니는 교통 사고를 당했고, 가해자는 끝내 잡히지 않았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슬퍼할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생계를 책임졌던 어머니가 사라지자, 아버지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술에 의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윤호 군은 점점 세상과 멀어졌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교통비조차 없어 등교를 포기해야 했고, 낡은 신발을 새로 살 수도 없었습니다.
머리를 자르거나 학용품을 사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끊어졌고, 점점 혼자가 되어 갔습니다.
"집에 있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갈 곳이 없는데도 계속 밖을 돌아다녔어요."
그렇게 윤호 군은 세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돕는 손길이 만든 변화
윤호 군에게 한 사람의 손길이 다가왔습니다. 바로 화평교회였습니다.
화평교회는 가정 밖 청소년과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을 돕는 교회공동체로, 이랜드재단의 '돕돕 프로젝트' 협력 단체 중 하나입니다. 이랜드재단의 '돕돕 프로젝트'는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의미로, 가정밖청소년과 다문화청소년, 자립준비청년 등 사각지대에 놓인 다음 세대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전문단체를 돕는 협력파트너 사업입니다. 주거비, 생계비, 치료비, 교육비 등을 제공하며, 위기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안전망 역할을 하고, 멘토와 멘티를 연결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제대로 된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 한 가정밖청소년 윤호군은 '돕돕 프로젝트'를 통해 생계비와 멘토링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심했습니다. 이 사람도 결국 나한테 실망하고 떠나겠지.’ 그동안 너무 많은 관계가 끊어졌기에, 기대할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은정 멘토는 꾸준히 윤호 군을 찾아왔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일상을 나누며 곁을 지켰습니다.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었습니다.
그 순간, 윤호 군의 마음속에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학교로 돌아가다, 그리고 꿈을 찾다
윤호 군은 돕돕 프로젝트를 통해 6개월 동안 매달 10만 원의 생계비를 지원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처음으로 자신을 돌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발을 했고, 부족했던 교통비를 채웠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윤호군이 다시 학교에 갈 용기가 되었습니다.
거울 앞에 선 윤호 군은 오랜만에 자신의 모습을 마주했습니다. 정리된 머리카락과 깔끔한 옷. 어색했지만, 기분은 이상하게 좋았습니다.
▲ 학교에 갔다가 멘토를 만난 윤호 군
그렇게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윤호 군은 조금씩 학교에 나가기 시작했고, 멘토 선생님과 함께 하루를 계획하며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보면서 '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예전엔 그냥 돈을 벌어야 해서 아무 일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커피를 배우는 게 재미있어요.”
상처받은 마음, 회복의 과정, 가족을 사랑하게 되다
윤호 군의 변화는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술에 의존하던 아버지가 정신병원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술에 취한 채로 집에 돌아오고, 경찰이 오가는 일이 반복되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안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윤호 군은 가족을 미워하는 대신,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엔 우리 집은 그냥 답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부터 바뀌니까... 가족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 윤호 군의 감사편지
윤호 군은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친구를 교회로 전도했습니다.
길을 찾은 소년, 다시 걷다
이제 윤호 군의 하루는 전과 다릅니다. 학교에 가고, 멘토 선생님과 만나고,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커피를 배우며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예전엔 그냥 살아야 하니까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누군가를 돕고 싶어요.”
그는 단순히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가족을 변화시키고, 더 많은 친구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길을 잃었던 소년이 다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가는 길 끝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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