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4시, 서울역에서 기적이 시작됩니다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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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4시, 서울역에서 기적이 시작됩니다.
무료 급식소: 3만 명의 '존엄한 한끼'를 지켜온 구재영 목사의 이야기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사랑입니다."

영화 《바베트의 만찬》의 이 대사처럼,
구재영 목사는 매일 새벽
사랑이 담긴 한 끼를 준비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 《바베트의 만찬》 - ⓒ에이나인


새벽 3시,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서울역 주변.
구재영 목사의 발걸음은 무거울 법도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합니다.

▲ 무료급식소 시설장 구재영 목사
"매일 아침이 새로운 도전이에요.
하지만 이분들께
아침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죠."


'존엄한 한 끼'를 꿈꾸는 사람

"무료급식소 이전부터 점심 도시락 봉사를 하면서
한 끼 식사가 가진 소중함을 뼈저리게 체감했습니다."

구 목사의 목소리에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 구재영 목사의 아침 환대 모습

"아침식사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이들,
생존을 위해 한 끼가 절실한 사람들을 지켜보며
따뜻한 한 끼가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024년 7월,
이랜드복지재단이 설립한 서울역 무료급식소는
그의 확신을 현실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개소 이후 현재까지
3만여 명에게 '존엄한 한 끼'를 제공하며
희망의 식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이랜드 서울역 무료급식소 전경


편견을 깨는 시간


"처음에는 저도 편견이 있었어요.

'이분은 노숙하시는 분이니까

밥이나 물건으로 도와드리면 충분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구분하고, 차별하고 있었습니다."

 

구 목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 무료급식소 이용자와 대화하는 구재영 목사

"이분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서만

오시는 게 아니에요.

식사 후에도 자리에 앉아 봉사자들을 바라보거나,

한마디 말이라도 걸어주길

눈빛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그분들 가슴이 공허해서입니다.

가족으로부터, 친구로부터, 끝내는 자신으로부터도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기적은 일상이 된다

 

매일 아침, 급식소로 들어오는 이들을 맞이하며

구 목사는 연신 허리를 숙여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건강하세요!"

  무료급식소 이용자와 대화하는 구재영 목사

 

봉사자들도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합니다.

"'당신은 소중한 분이다.
동정이나 연민으로 밥을 드리는 게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에요."

이런 진심은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갔습니다.

뇌수술 후 일자리를 잃고
쪽방에서 지내던 김용일(가명, 58세) 씨는
매일 아침을 이곳에서 시작하며 건강을 되찾았고,
새 일자리도 구했습니다.

첫 월급의 일부를 후원금으로 내며
그는 말했습니다.

 김용일 씨의 후원금

"누군가에겐 한 끼 식사가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저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낳는다

우연한 방문이 정기후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새벽 4시, 인천공항에서 일정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달래려 들른 SM코리아 김경미 대표
이제 매달 정기후원은 물론 물품 기부도 하고 있습니다.

매달 쌀 320kg을
익명으로 기부하는 봉사자도 있습니다.

 이랜드 서울역 무료급식소 제공 식사

"'밥 한 끼로 누군가의 하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이어가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이런 게 기적 아닐까요?"


새로운 도전

하루 평균 300명처음 150명이었던 이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방이 협소해 어려움도 있지만,
구 목사의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기만 합니다.


"100% 후원과 자원봉사로 운영되다 보니
의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힘이 납니다.
끝이 없을 것 같지만 분명히 끝이 있어요.
희망의 빛이 있음을 느낍니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하루 일과를 마치는
구 목사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우리가 나누는 이 작은 온기 속에 있습니다."

구재영 목사는 환하게 웃습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웃음이었습니다.

* 콘텐츠 출처: 이랜드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