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갑니다” 쪽방촌 무료급식소에 15만원 기부한 남성의 정체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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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갑니다” 쪽방촌 무료급식소에 15만원 기부한 남성의 정체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 ‘아침애(愛) 만나’에 마련된 모금함에
 5만원을 비롯한 지폐 뭉치가 들어 있다. /이랜드복지재단 

 

 

“힘든 형편에 1000원짜리 한 장이라도
넣어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늘 감사했어요.
 그런데 지난주 후원함을 열었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역 12번 출구 인근에 있는 무료 급식소
 ‘아침애(愛) 만나’에서 일하는 봉사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후원함 속에는 오만 원권을 포함한 지폐 뭉치가 들어있었다.

매일 아침 30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이곳에서 봉사자들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는 일이 많다.
 그중에는 김용일(58‧가명)씨의 이야기도 있다.

김씨의 평범했던 일상은 1년 전 뇌수술을 받은 후 무너졌다.
수술 후유증으로 일자리를 잃었고,
밀려오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그는 결국 서울역 쪽방촌을 찾았다.

 

보증금 없이 월세 30만원. 김씨는 “처음 쪽방을 봤을 때는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할지 몰라 눈물이 났다”고 했다.
끼니를 거르는 날도 많아졌고, 건강은 더욱 악화됐다.
병원에서 영양실조 판정까지 받았다.




김용일(가명)씨가 살던 쪽방의 모습. /이랜드복지재단


그럼에도 김씨는 “무료 급식소에 가는 것이 망설여졌다”고 했다.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급식소들이 많아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경험이 떠올라서다.

하지만 ‘아침애(愛) 만나’는 달랐다.
그 누구도 이곳에 온 이유를 묻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음식을 가져가도 오히려 “더 드시라”며
따뜻하게 맞아주는 봉사자들에게서 온정을 느꼈다.

매일 아침 따뜻한 밥을 먹으며 김씨의 삶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나자 얼굴에 혈색이 돌았고 몸에 힘도 붙었다.

희망도 보이기 시작했다. 건강을 되찾은 김씨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고, 지난 연말 드디어 쪽방촌을 떠나 원룸으로 이사했다.

쪽방촌을 ‘졸업’하면서 김씨가 처음 한 일은
급식소에 15만원을 후원하는 것이었다.
 김씨는 “누군가에게는 한 끼 식사가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다”며
 “이제는 제가 다른 분들을 도울 차례”라고 했다.

무료급식소 봉사자들은 “이곳에서 시작된 작은 기적들이 참 많다”며
뿌듯해했다. ‘따뜻한 한 끼’는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존엄성을 지키는 길이라며
봉사자들은 오늘도 아침을 맞이했다.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 '아침애(愛) 만나'의 모습. /이랜드복지재단


이랜드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아침애(愛) 만나’는

대상 제한 없이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제공되며

일요일에는 중식으로 대체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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