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문가들은 쪽방촌 주민들의 ‘먹을 권리’가
안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일단 열악한 쪽방촌의 주거시설 특성상
직접 밥을 해먹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서울 내 쪽방촌 주민 중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이
‘직접 취사’인 경우는 57.2%로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식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스스로 찾아가는 것을
어려워하는 쪽방촌 주민들도 적지 않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쪽방촌 주민들의 특성상 거동 자체가 불편한
이들도 많고 쪽방촌 주민들이 모여 있는 급식소라는 공간을
찾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 불황이 겹치면 무료급식소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후원이 줄거나 한파 등의 이유로 봉사자들이 발길을
갑작스럽게 끊으면 급식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쪽방촌과 빈곤을 주로 연구하는
탁장한 씨(34/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박사)는 “급식소의 경우
대부분 봉사를 통한 운영이기 때문에 봉사자 수 등에 따라서
음식의 질이나 배식 일정 등이 달라지는 등 안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 무기력과 좌절을 넘어
더 근본적으로는 쪽방촌 주민들의 ‘먹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단순히 이들의 영양이나 건강상태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손병덕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쪽방촌 주민들은 ‘의식주’에 대한
욕구와 자신을 돌보려는 의지 자체가 높지 않은 것이 상당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장기화된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업 실패,
이혼과 같은 관계의 단절을 경험한 이후에 쪽방촌에 머물게 된 경우가 많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통제하기 힘든 심각한 좌절이나 사회적 배제를
겪게 되며 무기력한 삶이 습관화되기도 한다.
손 교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면서 환대를 받는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식사 지원은 의식주라는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것에서 나아가서 자신의 삶을
더 펼쳐 나가기를 기대하는 측면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무료급식소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일어난 한 중년 남성이
기자에게 다가와 조용히 작은 커피맛 사탕 4개를 손에 쥐여 줬다.
그는 말없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빠르게 급식소를 떠났다.
남성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손길에는 작지만 깊은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한 끼일지라도,
세상의 낮은 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누군가에게는
때때로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낯선 그가 건넨 사탕에서 그 특별한 의미가 담긴 맛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