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숨, 시작된 새로운 희망
"작은엄마가 술에 취해 제 목을 조르던 날,
정말 죽을 뻔했어요. 숨도 못 쉬었죠.
며칠 뒤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그때 죽었어야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온 씨는 그 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찾아간 작은아버지 집은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무자비한 폭력과 폭언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통금시간을 1분이라도 어기면
한밤중에도 거리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3일간 노숙을 하다가
학교 상담 선생님께 털어놓았어요.
그제야 쉼터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깊은 어둠 속 만난 따뜻한 빛
다온 씨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온 건 교회에서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다니기 시작한 교회는
그녀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었습니다.
특히 교회 고등부 교사로 만난 정민하 멘토는
그녀의 삶을 바꿔놓은 소중한 인연이 되었습니다.
▲ 정민하 멘토(좌)와 다온 씨(우)
"처음에는 다온이가
쉼터 선생님들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눈에
다온이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립을 준비하는 시기에 맞춰
멘토링을 시작하게 됐죠."
10년의 약속, 새로운 시작
멘토링은 단순한 만남이 아닌,
10년이라는 긴 여정의 시작이었습니다.
"처음 멘토링을 시작할 때부터
10년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번 시작하면 책임져야 하는데,
과연 내가 10년 동안
이 책임을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죠."
정 멘토의 이런 결심은
쉼터에서도 특별한 사례였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멘토가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헌신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 서로 의지하는 정민하 멘토와 다온 씨
시행착오와 성장의 순간들
자립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지적장애 3급인 다온 씨는 경제관념이 부족했고,
지난 8월에는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 멘토의 세심한 지도로
이제는 가계부도 쓰고, 충동구매도 줄이며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 자립해 나가는 다온 씨의 모습
매주 화요일 밤 9시,
두 사람의 특별한 만남이 이어집니다.
집 구하기, 직장 연결 등 큰 결정은 함께하되,
일상적인 부분은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2023 청년자립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3천 명의 자립준비청년들이
멘토의 도움 없이 홀로 자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중 40%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30%는 심리적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꿈을 향해
"처음엔 '싫어요', '안 해요'라는 말만 하던 아이였어요.
그게 경험 부족에서 오는 두려움이었죠.
이제는 '해볼게요', '이게 좋을까요?' 하며 의견을 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