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 찾아온 한국인데" 남편의 폭행, 아이는 심장병…고려인 동포의 사연 “우리의 뿌리가 있는 곳.” 빅토리아(가명‧28)의 목소리에는 6년 전 한국행을 결심했던 순간의 설렘이 묻어났다. 한국에서 일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고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찾아온 한국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희망적이었다. 어머니와 고려인 동포들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고, 결혼과 출산으로 자신만의 가정도 꾸렸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출산 후부터 시작된 남편의 폭력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결국 남편은 폭행 사건으로 수감되었고, 빅토리아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모 집으로 피신해야 했다. 이혼 소송을 시작하고, 새집을 구하면서 모아둔 돈은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여기에 선천성 심장병을 안고 태어난 아들의 수술비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었다. 빅토리아는 필사적으로 자립을 위해 노력했다. 온라인으로 수학 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안산 지역의 고려인 교육기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하지만 월세와 식비, 공과금, 어린이집 비용 등 돈 써야 할 곳은 끝없이 늘어났다. 140만원의 월급으로는 빚만 늘어날 뿐이었다. 이때 이랜드복지재단의 ‘SOS 위고’가 희망의 손길을 내밀었다. 자녀 어린이집 비용과 생계비, 치료비를 지원받으며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빅토리아는 “보증금 일부를 갚을 수 있었고, 미뤄왔던 아이 심장 수술 예후 검사도 받았다. 아이가 건강하다는 결과를 들었을 때는 정말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늘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다는 빅토리아는 내년 영주비자 취득을 꿈꾸고 있다. 그의 눈빛에서는 새로운 희망이 빛나고 있었다. 조선일보 11월 10일자 보도 기사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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