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릴레이인터뷰]위고봉사단 신희숙님:사각지대 이웃들의 엄마이자 할머니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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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위고봉사단 신희숙님

“사각지대 이웃들의 엄마이자 할머니

 

 

위고봉사단 신희숙님(63)을 소개합니다.

 

"대구 할머니, 대구 엄마라고 불리고 있어요.

어려운 이웃들을 불러서 밥해 먹이고,

한글 잘 모르는 이주민 가정 아이들 가정통신문 번역해주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엄마, 할머니가 됐네요..허허..."

 

"대구의 빛과 소그미(소금) 역할을 하는 

섬김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대상자의 아이가 신희숙 님에게 직접 그려 준 감사의 그림]

 

50여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섬김의 삶을 살아오셨는데요어떻게 가능하신 걸까요?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물 한 잔이라도 꼭 마시고 가게 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그동안 봉사를 이어오게 된 힘이에요

중학교 1학년때 배고파하며 수돗물을 먹는 친구들에게 

고구마와 감자를 가져다주고남편과 함께 대구로 와서는 

주먹밥을 만들어 노점상 상인들에게 나누고

여름에 나무 그늘에서 미숫가루와 잔치국수를 노인에게 전하는 것

겨울에는 갓 지은 밥과 김치를 나누는 것

비가 오면 물이 차오르는 이웃에게 가서 함께 물을 퍼내는 것 등 

봉사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에요.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을 초대해 함께 밥을 먹고 축하하는 모습]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에 대한 애정, 그 이유는요?

 

1989년 미군 부대 인근으로 이사했을 때 겪었던 일이 계기가 됐어요

강가에서 배를 만지며 복통을 호소하며 울고 있던 한 외국인 여성을 봤는데

 한국말을 하지 못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었거든요

배고픈 건가 싶어서 빵과 우유를 사준 뒤 삐삐 번호를 알려주었지만

끝내 연락을 받지 못했어요. 

나중에야 그 여성이 준비되지 않은 임신 및 유산으로 

길거리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왜 당장 그 때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을까 후회가 남았고,

그러다 보니 더욱 그들에게 특별하게 마음이 갑니다.

 

 

[신희숙 님이 다문화가정을 상담하고 있는 모습]

 

SOS위고 위고봉사단만의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많은 봉사 활동을 해 왔지만 SOS위고 위고봉사단은 매우 특별해요

보통 다수의 기관과 재단이 어려운 사람들을 제도적 기준에 맞춰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데 반해 SOS위고는 대상자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해주고 있거든요

경청의 힘이란 놀라운 것입니다

특히 SOS위고 신청 시 3일 이내 지원

생필품 요청 시 1일 이내 지원은 

말 그대로 기적이에요.

 

 

[SOS위고 생필품 지원을 위한 현장 실사 중인 신희숙 님 모습]

 

위고봉사단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시다면요?

 

정말 누가 봐도 마르고 힘들어 보이는 아기가 있었어요

장이 약해서 산양 분유만을 먹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라면 한 그릇으로 부부가 겨우 나눠 먹으며 연명하는 이 집 형편에 

산양분유는 꿈도 못꾸는 일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SOS위고에 의뢰했고

위고는 산양 분유를 지원해주었답니다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아기 얼굴에 포동포동 살이 오르는 모습이 눈에 보이더군요

우리 이웃들의 아픈 삶에도 SOS위고는 새 살을 돋게 하고 있어요.

 

위고봉사단으로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랜드에 대해서는 항상 좋은 마음이었어요

대구시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이월드(놀이동산

100명 초대 쿠폰이 나와서 다문화가정, 국가유공자분들, 탈북민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이랜드 옷을 사서 어려운 아이들에게 나눠준 기억도 있고요.

(이랜드 옷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잖아요

그렇게 지역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주는 이랜드복지재단에서 

위고봉사단 추천이 들어오니 당연히 해야죠.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 친정엄마가 되어 물심양면 돕고 있는 신희숙 님]

 

위고봉사단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이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얼마 전에는 SOS위고 생필품 지원을 받았던 한 친구가 

비타민 주스 하나, 과자 한 봉지를 사왔어요. 감사의 표현이죠

우리에게는 아주 작은 것일 수 있지만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에게 

주스와 과자 한 봉은 꽤 큰 감사와 의지의 표현이에요

어려울 때 재정으로 도와준 것 이상 

들어주고, 마음을 살펴주기 때문에 이런 피드백이 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예를 들면 베트남 이주 여성이 

월남쌈을 만들어 와서 나눠 먹는 것 등 

자발적으로 감사의 표현을 해 올 때 정말 뿌듯함을 느낍니다.

 

SOS위고에 대해 한 마디로 말씀해주신다면요

 

SOS위고는 진통제입니다

우리가 몸이 아플 때 진통제를 먹으면서 다시 우리 몸이 제 기능을 찾아가고,

수술이나 치료를 받은 후에도 진통제를 바르거나 먹으면서 

다시 회복되는 걸 경험하잖아요

완치되고 치료 되는 건 대상자 개인의 몫이 엄청 많아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어질 때 

SOS위고는 진통제처럼 잠시 아픔을 잊고 견뎌낼 수 있는

버틸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자립을 위한 큰 힘이 되고 있어요.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신희숙 님의 모습]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다문화 아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문화 사람들 한국말 잘하는 것 같아 보여도 사실상 문맹도 상당수에요

아이들이 말은 잘해도 쓸 줄 모르거나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을 데려다가 김치찌개, 된장찌개 끓여 먹이면서 

함께 살아가는 걸 가르치고 싶어요

퍼주는 도움보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감사를 표현하고, 꽃밭 속 잡초 한 번이라도 뽑게 하고,

쓰레기라도 한 번 줍게 하는 역할들 속에서 

그들이 진정한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